상속세 내는 중산층 5년 새 두 배

입력 2024-01-19 18:39   수정 2024-01-20 02:50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파트 중 하나다. 1979년 준공돼 시설은 낡았지만 입지 등이 우수해 가격이 비싸다. 이달 초에도 전용면적 76.79㎡가 23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 가격을 기준으로 은마아파트를 상속한다고 할 때 예상 세액은 5억6842만원으로 계산된다. 장례비용 500만원을 제한 후 5억원을 일괄 공제해 18억6500만원에 대해 최고 40%의 세율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한 채를 상속하는 데 5억원이 넘는 부담스러운 액수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속세 체계가 갖춰진 2000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2000년 은마아파트 상속자의 예상 세액은 0원이다. 당시 은마아파트 가격은 약 2억~3억원으로 파악된다. 5억원의 공제를 받고 나면 세금을 물릴 대상이 없어진다.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24년째 높은 세율과 공제 제도, 과표구간을 고정하고 있는 상속세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상속세는 큰 틀에서 1996년 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다르지 않다. 일괄 공제액(5억원) 등이 당시 정해졌다.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최대주주는 60%)로 오르고, 최고세율 과표구간이 50억원 초과에서 30억원 초과로 바뀐 정도다.

2000년 이후 24년간 물가는 80%가량 상승했다. 이를 반영한다면 공제액은 약 9억원으로, 최고 세율 과표구간은 약 50억원 초과로 높아져야 하지만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상속세 기준이 고정되면서 재벌 등 초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상속세 과세 인원은 사망한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1만5760명이었다. 2000년 1389명에서 10배 넘게 불어났다. 최근 들어서도 2018년 8002명, 2019년 8357명, 2020년 1만181명, 2021년 1만2749명 등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상속세는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이 내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 납부 대상자는 줄잡아 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파트를 보유한 중산층도 상속세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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